구나, 김진희, 박형지, 이승희, 최민영, 최윤희, 최지원, 한상아
GuNa, Jinhee Kim, Hyungji Park, Seounghee Lee, Minyoung Choi, Yoonhee Choi, Jiwon Choi, Sang A Han
31 Mar – 14 May 2023
Daejeon Creative Center, Daejeon, KR
Artist
구나 GuNa
김진희 Jinhee Kim →
박형지 Hyungji Park →
이승희 Seounghee Lee →
최민영 Minyoung Choi →
최윤희 Yoonhee Choi
최지원 Jiwon Choi →
한상아 Sang A Han
Credit
주최 및 후원|대전시립미술관
기획|디스위켄드룸
이미지 제공 | 대전시립미술관
촬영 | 임장활
Host & Supervision|Daejeon Museum of Art
Curated by ThisWeekendRoom
Image Copyright | Daejeon Museum of Art
Photographer | Jang Hwal Lim












Preface
도시는 반짝이고, 스크린을 통과한 선명한 세상은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모든 것이 꽉 차 빈틈이 없이 채워진 어제와 오늘은 우리에게 어떤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는 강한 자극들에 밀려 보이지 않게 된 것들이 있다. 몸으로부터 멀어진 대상은 곧 인지의 영역의 희미한 지대로 밀려나 마치 사라진 것, 죽은 것, 하찮은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여전히 생명을 가진 객체이자 가치들이며, 누군가로부터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다. 개개인의 내면에서 들끓는 욕망과 불안, 사랑이나 증오, 이해와 같은 감정의 스펙트럼, 생의 끝에서 마주하게 될 죽음,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진입하는 비현실적인 꿈, 인간이라는 작은 객체와 함께 우주를 만들어가는 무수한 작은 생명들과의 교감. 세상으로부터의 호출을 기다리는 이 잠재적인 주체들은 실로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중요한 것들이다.
전시 《비록 보이지 않더라도(Unseen)》에 참여하는 여덟 명의 작가들은 현실로부터 추출한 비가시적인 실체의 파편들을 그러모아 전혀 본 적 없던 이미지들로 재탄생시킨다. 그들은 자신의 삶 전반을 지탱하고 있는 여러 관계와 내면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인다. 너무 사소해서 놓칠법한 자극이나 당연한 듯 지척에 펼쳐져 있던 환경은 그들에게 시시때때로 새로운 호기심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통로가 된다. 내가 꾸었던 꿈, 내가 아끼는 작은 사물과 동물, 태어나는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 지난 봄의 기억, 떠나가 버린 인연들과 기다림의 시간, 젊음이 안겨주는 설렘과 떨림. 작가들이 비가시적인 삶의 스펙트럼에서 건져 올린 작은 조각들을 촉각적인 풍경으로 옮겨낼 때,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환하기를 제안받는다. 이들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관객들이 일상에서 망각하고 있었던 유무형의 존재들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지원(b.1996)은 주로 생명이 있었지만 죽어버린 것 혹은 생명체를 빼닮은 모조품을 바라보고 그린다. 작가는 이들에게 매혹되며, 그의 회화는 살아있는 것보다 더 진짜 같은 대상들을 통해 덧없는 삶의 가냘픔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표면이 반짝이는 인형들은 저마다 미묘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유하는 불안감과 공허함, 욕망과 긴장 그 모두를 반영하는 듯하다.
구나(b.1982)의 시선은 삶과 죽음, 꿈과 같이 흐릿하지만 자꾸만 들여다보아야 하는 곳에 머무른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이 영역은 그의 작업 속에서 하얗고도 모호한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껍데기처럼 속이 비거나 무수히 쪼개어진 회화와 조각은 일견 연약해 보이지만, 집요하고 단단한 작가의 마음가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의식의 영역 변두리에 머무르는 희미한 진동을 붙잡음으로써 스스로의 실존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한상아(b.1987)는 함축적 기호들을 통해 자신이 마주했던 세상의 모습과 이를 대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기하학적인 추상의 이미지들은 개인의 삶의 마디 마디에서 마주치는 관계들로부터 발현된 감정의 대용물이며, 작가가 구축한 흑백의 화폭 위에서 작은 미지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일시적으로 모여 산수가 되기도 하고, 무중력 상태에 떠다니는 이름이 없는 위성들의 군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진희(b.1990)는 이름이 없는 순간과 감정을 이미지로써 포착하고자 한다.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사소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으나, 화면의 강렬한 조명과 색의 대비는 이를 연극의 한 장면으로 탈바꿈 시킨다.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상황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짧은 찰나의 감각적 편린은 작가가 꾸민 텅 빈 무대 위에서 보다 선명한 이야기가 된다.
별 모양의 생명체, 이불을 덮고 있는 물고기, 달빛 아래 등장하는 야생 동물. 일상적 언어와 동떨어져 보이는 장면들은 최민영(b.1989)의 상상 속에 그려본 이야기 혹은 그가 생경한 장소에서 얻은 기이한 인상을 순발력 있게 스케치로 옮긴 것들이다. 밤과 꿈의 시간은 그에게 무수한 가상의 광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경이 되어, 우리를 미지의 세계 안으로 이끄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윤희(b.1986)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추상적인 회화로 그려낸다. 그는 흐드러지는 엷은 색을 겹겹이 화면 위에 쌓아 올리면서, 자신이 지나왔던 과거의 층위를 되뇐다. 결과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중심이 없이 흩어지는 물감과 붓의 흔적들이며, 관객들은 남겨진 자국들을 눈으로 좇아가며 미처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과거의 공기와 바람, 빛과 어둠을 상상하게 된다. 따라서 그가 그리는 것은 지나간 것들 이후에 마음속에 남은 자국 혹은 기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형지(b.1977)에게 회화는 지속과 갱신의 싸움이다. 그는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얻는 순간의 느낌이나 작은 감각의 조각들을 단어로 붙들어놓고, 이를 화면 위에서 집요하게 시각 언어로 번안한다. 즉흥적으로 선택되는 붓의 크기와 물감의 색, 휘두르는 팔의 속도는 평면 위에 겹겹이 쌓여 즉물적인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가 집요하게 만든 비정형의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에게 언제나 열린 상태의 문장으로 위치하며 다양한 읽기를 가능하게 한다.
동물은 이승희(b.1994)에게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관계를 탐색할 수 있는 주요 매개체이다. 그는 주로 그들에게 인간의 영역 너머의 힘을 주관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부여하며, 이를 위해 여러 생명체의 이미지를 접붙인 하이브리드 개체를 생산한다. 회화와 조각, 설치 등을 통해 나타나는 개의 모습은 신화나 설화에 등장할 법한 초월적 주체로서 그려진다. 비현실적인 장면들 속에서 인간과 개는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교감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글ㅣ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