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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순환

윤정미의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
JeongMee Yoon's Live Showcase
2017. 6. 3 - 6. 4
Open hour_ pm 1 - 6
진행_ 윤정미
사진기록_ 윤정미, 인희숙, 김서윤
기획 _ 김나형, 최솔구
주관_ 디스위켄드룸
/ Artist Website
프로젝트 <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2017) > 소개: 디스위켄드룸은 2017년 6월 한 달 동안 매주마다 윤정미, 정소영, 이정배, 박제성이 진행하는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는 예술의 가치를 완결이 아닌 진행형에 두고 새로운 것이나 결과물(작품) 보다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Happen)’에 주목하는 디스위켄드룸의 프로젝트이다. 지난해에 이어 사진, 설치, 조각, 미디어 등 서로 다른 매체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중인 네 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의 현재 고민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퍼포먼스와 해프닝, 워크숍 등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This Weekend Room will host 'Artist Live Showcase 2017', which will be held by Jeongmee Yoon, Soyoung Chung, Jeongbae Lee and Jebaak every week for one month in June, 'Artist Live Showcase' is the project that focuses on 'Happen' rather than new or finished works by putting the value of art in a progressive form. Following last year, we invite four artists who are active on different media such as photography, installation, sculpture and media to show their performances, happening and workshops to the audience.

윤정미의 < 사물의 순환 >은 ‘개인의 주관적 가치가 현대 사회 전반에 자리한 객관적 경제가치로 과연 환원될 수 있는가?’에 관한 실험이다. 작가는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여러 물품들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온 의미있는 물건들을 자신의 쇼케이스 장에 하나씩 진열해 놓는다. 진열된 모든 물건은 작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적정 가격이 매겨지고, 이후 이틀동안 열리는 < 사물의 순환 > 행사를 통해 판매된다. 작가는 행사의 주최자로서 행사장에 방문한 모든 관객이 자신이 내놓은 물건들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실제 경제 가치로의 순환이 이루어진 품목에 한하여 차후 사진으로 기록한다.

윤정미의 사물의 순환

작가 윤정미(b.1969)는 주관적 판단에 따라 사물의 가치가 형성되고 순환되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 < 사물의 순환 >을 개최하였다.

작가는 자개장과 재봉틀, 그릇, 의복, 타피스트리 등 모친이 물려준 물건들과 작가가 어린 시절 직접 사용한 무용복, 장구, 부채 등 약 90여 품목의 사물들을 관객에게 판매하고 이후 사물의 경로를 추적하고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디스위켄드룸 곳곳에 물건들을 진열하였다.

동시에 작가가 기억하는 각 사물의 ‘사연’과 ‘심정가'(작가의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매겨진 가격), ‘세일가'(시중 중고물품을 고려하여 매긴 판매가격) 등을 적은 태그를 매달았다.

이틀간 열린 쇼케이스에 방문한 100여명의 관객은 곳곳에 부착된 작가의 단편적인 노트를 읽거나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각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였다.

작가는 물건이 판매될 때마다 사물의 순환 경로를 추적해 나가기 위하여 구매자에 관한 정보와 사진, 노트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또한 물건을 구매한 관객에게 ‘물건의 안부사진’을 보내줄 것을 당부하였다. ‘물건의 안부사진’이란 작가가 평소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사진으로 사물의 안녕(安寧)을 알리고 전하는 것을 가리킨다.

아티스트 라이브 쇼케이스가 종료되고, 현장에서 물건을 구매했던 10여 명의 관객은 곧바로 작가에게 저마다의 안부사진을 이메일로 보냈다. 작가가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았던 식기가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올려진 안부사진도 그 중 하나이다.

작가는 현재 관객들이 보내는 물건의 안부사진 이외에도 평소 지인들을 통해 계속해서 전달받고 있는 안부사진들을 수집해 나가며 ‘사물의 순환’ 프로젝트에 관한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작가의 노트 1 - 엄마의 물건 (일부 발췌)

모친이 쓰던 자개장을 2015년도에 떠나 보내기 직전에 기록한 사진 ⓒ 윤정미

엄마는 병이 갑자기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들어가셨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지 못하셨다. 어느덧 엄마의 집은 전세가 만기되었고, 엄마는 살아계시지만, 엄마의 모든 짐들은 세 남매가 정리해야했다. 오빠들과 새언니가 필요한 물건들을 먼저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정리가 다 안된 나머지 짐들은 모두 그대로 우리집으로 왔다.

슬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엄마가 80여 평생동안 써온 물건들을 버릴 것은 버리고, 누구 줄 것은 주고, 팔 것은 팔고, 그렇게 빨리 정리를 해야만 했다. 엄마는 자개장 등 가구들을 보드라운 갈색 융같은 천에 전용 액체를 묻혀서 윤이 나게 닦으시곤 했다. 나는 국민학교 때 피아노 선생님이 집에 오시면 나는 피아노가 치기 싫어서 자개장롱 안의 이불들 속에 숨기도 했다. 때때로 할 일 없이 자개장의 장식 무늬들을 멍하게 쳐다보던 때도 생각이 난다. 엄마가 쓰던 자개장은 2015년도에 새 주인을 만나 용인으로 이사를 갔다.

엄마의 베란다를 정리하는 중에는 금성전기보온포트 새 것이 나왔다. 종이포장까지 있었다. 한 30-40년은 되어 보이는 물건, 아무도 안 가져가서 결국 우리집에 왔다. 마침 대학동기인 친구 L(미술작가)과 남편(디자인과 교수)L은 여러가지 물건들을 모은다. 그래서 엄마의 오래된 금성전기보온포트를 친구L에게 택배로 보냈다.

친구L이 보내준 금성전시보온포트의 안부사진

나에게 있어봤자 자리만 차지하는 낡은 물건이었지만, 그들의 수장고에서 금성전시보온포트는 콜렉션되어 잘 진열되어 있다. 엄마의 집 베란다 구석에 있었던 전기오븐레인지도 친구L의 작업실로 이사갔다. 엄마의 병이 갑자기 악화되어 응급실로 가셨고, 그 이후로 쭉 요양병원에 계시는 동안 나는 가끔 엄마집에 있는 식물들 환기도 시켜주고 물을 주러 가곤 했다. 그러나 식물들이 이상하게 잘 자라지 못하여서 식물을 잘 키우는 Y언니와 J언니에게 드렸다. 언니들은 예전 엄마집에서보다 더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고 가끔 안부사진을 보내준다.

언니들이 보내온 식물들의 안부사진

작가의 노트 2 - 우리 동네 (일부 발췌)

2015년 역삼동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안에는 재활용을 버리는 곳이 있는데, 길을 지나가다 보면 아직 쓸만한 것들을 많이 버린다. 그래서 길을 지나가다 괜찮은 것들이 있으면 가져와서 내가 쓰기도 하고, 주변의 필요한 친구들에게 전달해 주기도 한다. 2017년에 발견한 예쁜 파란색 서랍장, 왼쪽 다리 밑이 약간 부서졌지만 멀쩡하고 색이 예쁘다.

2017년 길에 버려진 파란 서랍장 ⓒ 윤정미

친한 대학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파란 서랍장 사진을 올렸다. 평소같으면 “버려!”를 외치던 친구들이 “이쁘다” 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집은 포화상태, 어디 둘 곳이 없다. 옆동에 사는 친구 L이 갖고 간다고 해서, 차에 싣는 것을 봐줬다. 그리고, 친구 L이 안부사진을 올렸다. 집에 놓으니 참 잘 어울린다며.

친구가 보내준 파란 서랍장의 안부사진

2017년 5월에는 재활용 버리는 곳에 멀쩡한 개 이동장이 버려져 있었다. 우리집 몽이가 쓰기엔 많이 컸다. 이후 개 이동장은 인천에 사는 어느 분께 전달되었고, 그 분은 새 주인을 찾은 개 이동장의 안부사진을 보내주었다.

ⓒ 윤정미

새로운 주인이 보내준 개 이동장의 안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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