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여름이 남긴 고백

Jaehong Ahn & Jaeheon Lee

안재홍 이재헌 2인전

2018.8.4(SAT)-8.26(SUN)/ 4pm-10pm *Monday Closed

opening reception_8.4(SAT) 4pm

@ThisWeekendRoom

Curated by ThisWeekendRoom
Co-Curated by Yeonsoo Ko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디스위켄드룸에서는 8월 4일부터 26일까지 작가 안재홍과 이재헌의 2인전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구리선을 이용해 환조와 부조의 형식으로 조형 작업을 하는 작가 안재홍과 인간 실존에 대한 의심과 확신 그리고 형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회화에 담아내는 작가 이재헌의 콜라보레이션 전시입니다.

얇은 구리선을 뭉치고 엉켜 또 다른 구리선으로 결박한 인체 형상들이 자신에게 골몰하듯 웅크리고 있고, 한층 굵어진 구리선을 나무줄기의 흐름과 리듬으로 드로잉한 듯한 작가 안재홍의 부조 작업들이 한쪽 벽면에 중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지워진 인체 형상의 자리에는 작가 이재헌의 조형적 언어로 새롭게 구상된 꽃의 형태가 만발한 작품들로 회화적 정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시선과 태도, 그리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그들의 관조적 고백을 잔잔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 ‘치열했던 여름이 남긴 고백’은 뜨거운 한낮이 지난 오후 시각부터 운영됩니다. 

about Artist

안재홍 작가는 금속의 선으로 자아의 몸을 만듭니다. 그리고 밖에서 안을 바라봅니다. 재현된 몸의 형태를 통해 자신을 타자화하는 행위는 끝없는 자기성찰의 일환이며, 초기작인 ‘나를 본다’는 지금까지 작가의 삶과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다양한 굵기의 금속의 선을 한오라기씩 구부리고 이어붙이며 형상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작업은 오랜 인내와 내면의 응시를 통해 개인의 성찰을 넘어 밖으로, 타인으로, 자연으로 확장됩니다. 안재홍 작가는 열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2017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습니다.

이재헌 작가는 교통사고로 육체적, 이성적 기능을 상실한 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깊은 상념과 공허의 엄습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소통이 단절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는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되어 모호하고 붓질로 덧대어진 상을 그려냈습니다. 붓질을 더하고 이내 닦아내는 행위를 통해 켜켜이 쌓인 물감은 아픔과 치유가 반복되는 삶과 닮았습니다. 아버지의 타계 그리고 아들의 탄생, 서울을 벗어나 작은 도시에서 일련의 시간을 보낸 작가는 최근 ‘Garden’ 시리즈를 선보이며, 개인의 삶을 매개로 시대적 성찰을 이어갑니다. 올해 플레이스막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관조된 꽃 : 나를 보다

글/ 고연수(평론)

開化 개화 : 연약함이 피다

혼탁하게 지워진 희미한 형상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선명해지는 윤곽선, 명확하진 않지만 편해 보이지 않는 표정 및 자세에서 금세 눈을 띨 수 없는 이유는 흐릿함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심상(心象) 때문일 것이다. 2009년까지 작가 이재헌은 실재와 실존의 화두를 가지고 인간의 형상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허무와 공허함을 평면작업으로 피력해왔다. 이후의 작업은 인체 형상이 점차 사라지면서 작가의 의식 속에 꽃-의 형상-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작가가 개인의 심경에 큰 변화를 겪은 과정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그려진 변모된 실체는 그간 그가 몰두해왔던 근본적인 실존의 고민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탈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캔버스 안에서 뿌옇지만 강하게 선점해왔던 인체 형상들은 점차 소멸하면서 강력하게 생성되는 꽃들이 그 자리에 빼곡하게 들어섰고, 화원과 같은 공간 속 입지가 작아진 인간의 모습은 오히려 전보다도 한결 편하게 안착한 느낌이다.

작가 안재홍의 작업은 이와는 상대적으로 인체의 형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뚜렷한 형상과 묵직한 양감의 작업들은 대부분 인간의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한 작품이 요구하는 충분한 공간과 함께 인체작업들을 보면 견고하고 밀도가 있지만,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부서질 정도의 얼기설기 얇은 동(銅)선들이 뭉쳐있거나 많은 공간을 내포한 굵은 동선들이 얽혀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2003년까지 보여진 환조 작업들은 얇은 동선으로 뭉친 뒤 그 위로 단단하게 다시 몇 가닥의 동선으로 결박한 모습이다. 개연성 없이 불편한 비율로 잘려진 흉상들, 팔을 감춘 채 비정상적으로 큰 평발에 체중을 모두 실을 수밖에 없는 <나를 보다> 시리즈의 작업들은 모두 강하게만 보였던 형상들이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이들의 투조된 연약함이 고스란히 투사된다. 그 이후 환조의 작업들은 보다 굵은 선으로 크기가 확대되어 마디의 흔적을 드러낸 채 벽면에 부조로 엮어진다. 수없이 뒤엉킨 가는 동선들이 굵어지면서 품고 있던 공간의 여백을 성장한 흔적의 마디들과 함께 여과 없이, 오히려 확대시켜 드러내는 것이 작가 안재홍의 근래의 작업들이다. 자신의 내면에 시선이 향해있는 인체의 형상들은 예전보다 더욱 많은 외적인 공간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내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대범한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병치竝置, 선과 여백의 혼합混合

전체적인 형상은 자신의 내면을 향해 골똘히 관조하는 인체의 모습이지만 다가서면 자연-나무가지 줄기-의 형상으로 조형된 작가 안재홍의 작품들과, 지워지고 비워진 인간의 모습들이 그마저도 점차 소실되면서 꽃으로 환치(換置)되어 꽃의 동산을 조성하고 있는 작가 이재헌의 작품들이 한 공
간에서 정원을 이루고 있다. 두 작가의 작업에서는 인간과 자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분법이나 변증법의 등식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양적 조화로움의 미학 안에서 동화나 흡수의 방식에 작업들이라고 간결하게 단정 짓기도 부족한 듯 보인다. 인간과 자연의 두 측면이 똑같이 존중되고 동등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서로 스며진 것, 두 작가의 작업에서 자연과 인간을 그 어떤 관점에서도 무리 없이 부드럽게 관조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이재헌의 예전 작업들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했던 윤곽선들이 근래에는 인위적으로 꽃들의 형상 속에서 진하게 어우러지고 있고, 인체의 형상이 없어진 그 자리에 굵고 생기있지만 부드럽게 피어나고 있다. 본인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자연(꽃)에 본인의 모습을 대입시켜 의인화한 것이다. 지워진 인체 형상에 미비하지만 뚜렷하게 선을 그어 외부와 구분 지었던 예전의 작업들에서 꽃으로 대체된 본인의 모습은 인위적이고 뻣뻣함의 과정을 지나 어느새 현실에서 부드럽게 굽이치며-살아있음을 증명하듯-활력 있게 자라고 있다. 이러한 활기찬 선들은 작가 안재홍의 굵은 동(銅)의 나무줄기 형태로 이어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색이 변하는 자연의 이치로 무르익고 있다. 이미 작업 과정에서 자연이 주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겪어낸 작가 안재홍의 작품들은 마치 살아있는 나뭇가지처럼 마디를 딛고 생장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매체 특성상 시간의 색이 입혀지는 작가 안재홍의 인체 형상들은 작가 이재헌의 꽃밭 안에서 충분한 여백을 안고 다시금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공허한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는 동(銅)선들의 인체들은 결코 삭막하지 않는 꽃밭의 환경 속에서 그 전보다는 한층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거닐거나 웅크려있거나 골몰하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피어나고 있다. 인간의 성장과 아픔의 상처가 나뭇가지 줄기의 마디로 표현되고 메마르고 가녀린 겨울나무 줄기가 뭉쳐져 자신을 들여다보는 상념에 젖은 인간의 형상으로 변환되는 작가 안재홍의 작품들, 자신만의 조형적 형상의 꽃들로 빼곡히 숲을 만들어 자신을 투영하고 또 강하고 거친 듯 아름다운 인위적인 꽃의 형태로부터 자신의 실존과 실재를 위안받는 작가 이재헌의 작품들은 이들의 선(線)과 그 흐름, 지워지거나 내포된 여백을 각자의 색으로 서로에게 불편함 없이 한 공간에 녹아져있다.

인간 내면과 실존을 예민하게 통감하는 아픔을 자연형상으로 치환시켜 치유하는 과정, 거대한 힘을 내뿜는 자연 앞에서 두려움이 아닌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련의 두 작가의 작업이 혼재되어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온도로 스며든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특별하거나 거창한 관념이나 이념 때문은 아니다. 자연에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서 자연이 가진 자연스러운 서사적 흐름을 따라 긍정적으로 자신을 향해 읊조리는 관조적 고백이 이번 전시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두 작가의 잔잔한 고백으로 채워진 전시공간에 들어선 우리도 우리 본연의 모습을 작품들 사이에 살포시 깃들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