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9 – 7.3 / 12-7pm / 월요일 휴관
@디스위켄드룸(한남동 789-9)
기획_디스위켄드룸
후원_서울문화재단
curated by ThisWeekendRoom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Exhibition Note
2021년 7월 9일부터 7월 24일까지, 제갈선 개인전 이 한남동에 위치한 디스위켄드룸에서 진행된다.
제갈선은 실재하는 몸(Body)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문자(Text)’를 채택해 현실 너머의 이상을 향한 여정을 기록한다. 작가에게 문자는 빨갛게 붓거나 벗겨져 따가운 육체의 살갗이 아닌 매끄럽고 아름다운 표면을 지닌 추상적 대체 신체(txt_body)이다. 작가는 이를 활용해 불가해한 감정과 찰나의 사고를 ‘문자 물질’로 각인시킨다.
“의지와 상관없이 늘 아프고 고장 나는 몸으로 살아내는 시간은 내 사고를 살아있는 몸 안에 갇히게 한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몸, 죽음의 공포로 하강하는 일상은 계속해서 나를 현실 너머 어딘가로 밀어내는 동시에 강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동경하도록 이끈다. 천천히 부서지는 돌, 화학적으로 안전한 성질의 실리카겔, 매끈한 유리 등 느리고 단단한 시간을 지닌 것들. 이들은 종종 나의 신체를 대체하는데, 그중 ‘문자(Text)’는 감정의 발화를 채집해 새길 수 있는 신체이자 가장 오래된 대체 신체이다. – 작가노트 중(2021)”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유약한 신체를 쓰다듬듯 서서히 쌓아 올린 붓질로 완성한 신작을 선보인다. 반복된 노동이 매개한 캔버스 화면은 작가의 새로운 신체이자 도원향이다.
about Artist
제갈선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비주얼 인포메이션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했다. 그는 구체시와 컷업(cut-up), 글리치(glitch)의 개념을 바탕으로 디지털적으로 재생산되는 이미지, 특히나 텍스트를 해체하여 다시 물리적인 공간으로 되돌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래픽 디자인부터 미디어 인스톨레이션까지 다양한 미디엄을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작업을 실험해왔으며, 최근에는 일상에서 기록, 신체적 감상의 일환으로 채집된 텍스트를 회화적 공간에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Artist Statement
새벽, 어둑한 방에는 작은 스탠드와 랩탑 모니터만이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친구와 그런 섬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어떤 것도 변하지 않고 바래지 않는 곳, 불확실한 존재의 부서지는 말 너머에 있는 안도의 섬. 모두가 날 것으로 행복하고 우리의 불안이 거리낄 것 없이 춤을 추는 곳. 그리고 어느날 새벽 그 환상의 섬은 가상의 스크린 위에 뜬 모하비 언덕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내 일상의 대부분은 신체라는 개념으로 닫혀있다. 나의 의지 밖에서 아프고 고장나는 몸으로 살아내는 시간은 내 사고를 살아있는 몸 안에 갇히게 한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몸, 죽음에의 공포로 하강하는 매일은 나를 계속되는 도피 속에 현실 너머 어딘가로 밀어낸다. 그리고 자연히 내 몸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신체 가진 것들을 동경한다. 천천히 부서지는 돌, 보존되는 실리카겔, 매끈한 유리, 느리고 단단한 시간성 그리고 발화의 찬란함을 담는 문자. 이상하리만치 집착적인 말과 문자에 대한 사랑은 현재를 부정하고 감정과 사고를 지탱하는 추상적 ‘대체신체(txt_body)’로서 텍스트를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빨갛게 부어오르고 벗겨져 따가운 살갗이 아닌 매끄럽고 아름다운 문자의 표면, 나는 그 곳으로 끊임없이 나를 보낸다. 현실의 몸을 대체하는 신체, 실재의 신체는 문자로 도망친다.
습관적인 글쓰기와 메모는 지독히도 내부로만 움직이는 마음의 방향이자 몸에 대한 부정과 맞닿아있다. 잠깐 내 속에 빛을 내고 사라지는 감상적 순간을 채집하는 것만이 내 신체를 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말 속에 환상을 펼치고 유령같은 이상을 좇는다. 그렇게 나는 한 순간도 현실에 발 딛고자 하지 않는 깨어있는 몽유의 상태를 지속하며 산다. 주문처럼 반복되는 노동이 쌓이는 캔버스의 화면은 내 새로운 신체가 사는 미지의 풍경이다. 여전히 연약한 말의 신체를 쓰다듬는 듯이 붓질은 조금씩 계속된다. 부서지는 말 저 편에 있는 꿈의 둔덕. 도원향의 공간. 그 위에 나는 끊임없는 망명자로 눕고 해체되어 다시 살게되는 윤회의 몸과 같은 말의 조각은 수행의 변태를 거쳐 영원하지 못할 순간을 박제한다.